에스비비테크 턴어라운드 키 쥔 주주 면면은
로봇정밀감속기 제조기업 에스비비테크가 산업통상자원부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으뜸기업에 선정되면서 회사의 주주 면면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여러 소부장 계열사를 거느린 송현그룹이 최대주주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재무적 투자자(FI)인 ACPC PE와 함께 공동경영권을 행사하며 에스비비테크의 기업 가치 제고에 힘쓰고 있다.
에스비비테크가 그동안은 투자에 집중하면서 손실을 냈지만, 양산기술을 확보하고 판로개척에 주력해온 만큼 앞으로 실적 개선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에스비비테크의 최대주주는 지분 약 46%를 보유한 케이피에프다. 케이피에프는 산업용 화스너와 자동차부품 제조 전문기업이다. 당초 에스비비테크는 창업자인 이부락 대표가 지분 약 80%를 보유하고 있었다.
2018년 10월 이 대표 등 기존 주주가 케이피에프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ACPC PE 컨소시엄에 구주 90%가량을 매각하면서 현재의 지배구조가 갖춰졌다. 당시 케이피에프와 ACPC PE는 신주도 100억원어치 같이 인수했다. 최종적으로 ACPC PE는 지분 44%를 확보했고 이 대표도 지분 10%를 남겨두면서 3대 주주로 남았다.
흥미로운 점은 에스비비테크의 뒷 배경에 케이피에프를 비롯해 여러 소부장 강소기업을 거느린 송현그룹이 있다는 점이다. 에스비비테크 최대주주인 케이피에프는 송현그룹의 주력 계열사이자 그룹 계열사 중 유일한 상장사다. 송현그룹의 지주사인 송현홀딩스 송무현 회장이 직접 대표이사로 있다.
1991년 송 회장이 창업한 선반용전선 전문업체 서진공업에서 출발한 송현그룹은 적극적인 M&A를 통해 사세를 키워 왔다. 케이피에프의 에스비비테크 인수도 이런 행보의 연장선에 있다.
서진공업은 나중에 사명을 티엠씨로 바꾸고 선박·해양용 케이블 시장점유율 세계 1위의 알짜기업으로 성장했다. 사업이 안착하자 송 회장은 본격적으로 M&A에 나섰다. 케이피에프의 경우 티엠씨를 통해 2008년 인수한 회사다. 티엠씨를 통해 포스코LED와 SKC의 조명사업부를 인수해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전문회사 글로우원으로 재탄생시키키도 했다.
2012년엔 지주사체제로 지배구조를 단촐하게 바꾼다. 송현홀딩스가 지주사로 되고 케이피에프와 티엠씨이 자회사로 편입됐다. 글로우원은 티엠씨의 자회사로 돼 있다.
이때 케이피에프의 최대주주도 기존 티엠씨에서 송현홀딩스로 바뀌었다. 현재 케이피에프의 최대주주는 지주사인 송현홀딩스로 지난해 9월 말 기준 지분 36.76%를 보유 중이다. 송 회장도 케이피에프 지분을 약 2% 가지고 있다.
다만 에스비비테크는 ACPC PE와 공동경영하는 구조라 케이피에프의 자회사로는 편입되지 않은 상태다. 관계회사로 지분법적용투자 주식으로 돼 있다.
송현그룹이 로봇산업에 뛰어든 건 그룹의 미래 먹거리 사업을 새롭게 발굴해야 할 시점이라는 위기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송현그룹은 케이피에프와 티엠씨, 글로우원까지 알짜 계열사를 거느린 지주사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계열사들의 실적을 좌우하는 자동차와 발광다이오드(LED), 조선 등 전방산업이 모두 휘청거리면서 송현그룹도 활력이 약화됐다. 이런 가운데 신성장동력으로 점찍은 게 로봇부품사업이다. 로봇산업이 개화기에 있는 단계라 당장은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향후 성장잠재력이 높다고 평가됐다.
에스비비테크는 국내 최초로 정밀감속기 양산에 성공한 기업이다. 정밀감속기는 로봇 동작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핵심 부품이다. 스마트 팩토리 확산에 따라 정밀감속기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대 주주인 ACPC PE도 소부장 업계에서 보폭을 넓히며 주목되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경영참여형 PEF다. 2018년 설립 첫해 에스비비테크를 인수한 뒤 이듬해 반도체장비업체 윌비에스엔티, 지난해 고압용기업체 엔케이에테르 인수까지 성사시키며 세 개의 소부장 기업을 포트폴리오로 담았다. ACPC PE 몫 사외이사가 송 회장, 이 대표 등 집행임원과 함께 에스비비테크 이사진을 구성하며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